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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용순 |
날짜 : 12-06-18 20:04
조회 : 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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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처다부(一妻多夫)
동물은 종족보전(保全)을 위하여 강력한 성본능을 가진다. 수컷은 자신의 유전자를 계승 시켜줄 암컷을 두고 다른 수컷들과 치열한 투쟁을 벌여야만 한다. 원시인들도 여자를 차지하기 위하여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지 않았을까? 더구나, 짝짓기 계절에만 싸우는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시도 때도 없이 싸웠을 것이다. 차츰 문명사회가 시작되면서 평화와 질서를 위하여 결혼제도가 생겨났다고 생각된다. 결혼이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일부일처가 원칙이다. 그러나 특수한 자연환경이나 종교 등의 이유로 일부다처(一夫多妻)가 있는 곳도 있지만, 일처다부(一妻多夫)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하였다. 만약, 한 아내와 두 명이상의 남편들이 한집에서 같이 산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중국에 들어 간지 얼마 되지 않았던 1993년 겨울로 기억된다. 당시 지방도시에는 무료함을 달래 줄 오락시설들이 전혀 없었다. 저녁이면 습관적으로 TV 앞에 앉아 그림만 보면서 이리저리 채널을 바꾸고 있었다. 그즈음, 국영 중앙티비(CCTV) 저녁9시에 ‘정책(情責)’이란 제목의 20회분 연속극이 방영되었다. 최고의 황금시간대에 유명 탈렌트들이 출연한 메인드라마였다. 그 내용이 너무나 놀라운, 문화적 충격으로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였다.
동북(東北)지방, 하얀 눈이 황량한 대지를 뒤덮고 있는 서정적인 시골마을이다. 1960년대, 농촌에는 인민공사가 조직되어 개인적으로는 옥수수 한포기도 심을 수 없는, 공동으로 경작하여 공동 분배하던 시절이었다. 작업장에 나오는 인원수와 작업 일수에 따라 수확 후 분배량이 결정되었다. 식구 중, 환자가 있어 장기간 작업에 참가하지 못하면 분배량이 적어지고, 더 가난해 질 수밖에 없었다.
30대 후반의 여주인공 ‘위메이’는 남편의 병으로 몇 년 동안 혼자 작업장에 나가야만 하였다. 자연히 분배량도 적어, 병든 남편과 두 딸을 데리고 매우 어렵게 살고 있었다. 한편, 남자주인공 ‘다오’는 타지에서 들어온 40대 초의 홀아비 목수(木手)이다. 그 시절, 목수는 일반 농부들과 달리, 이웃집 문짝이라도 고쳐주면 수고비를 받을 수 있어 비교적 형편이 나았다. 위메이가 먼저 다오를 유혹한다. 병중인 남편을 두고 다오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보낸다. 다오를 통하여 가난을 면해 보려는 것인지, 정말 좋아해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다오는 여자의 유혹을 거절 한다. 그에게는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으나, 그녀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여 먼 지방으로 떠나고 말았다. 다오가 가슴 아파 할 때도 위메이의 유혹은 계속되었다.
더구나, 위메이의 남편까지 다오를 찾아와 자신의 아내와 결혼하여 줄 것을 간청한다. 위메이는 이웃에 살고 있는 다오의 외삼촌 부부를 찾아가 그와 결혼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외삼촌 내외도 다오에게 위메이와 결혼하기를 적극 권유한다. 그러나 다오의 마음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위메이는 포기하지 않고 유혹을 계속한다.
어느날 다오의 오두막집을 찾아 온, 위메이의 집요한 유혹으로 마침내 둘의 관계는 깊어졌다. 그날 바로, 위메이는 다오의 짐 보퉁이를 자기 집으로 가져 가 버리고, 어쩔 수 없이 다오는 위메이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날부터 한 아내와 두 남편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 된다. 두 남자 사이의 갈등, 위메이의 공평하지 못한 사랑으로 남편의 질투,등등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위메이 집의 구조는, 공간 한가운데 통로가 있고 양편으로 직사각형의 온돌방이 마주하고 있다. 우리 군(軍)의 내무반과 비슷한 구조이다. 저녁이면, 양쪽 방에서 통로 쪽으로 커튼이 쳐졌다. 같은 공간을 두 겹의 커튼으로 갈라놓은 셈이다. 아내를 차지하는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았던지 밤마다 남편과 다오가 이쪽, 저쪽 방에 누워 위메이를 기다리며, 두 남자 사이에는 소리 없는 아내 쟁탈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선택은 언제나 위메이의 몫이다. 난처한 위메이가 일부러 늦게까지 부엌에서 서성거리다 가만히 들어와 다오 쪽으로 가려하자, 그때까지 자지 않고 기다리던 남편이 커튼 밖으로 손을 내밀어 위메이를 끌어당긴다. 위메이는 남편 손을 뿌리치며 다오 옆으로 다가간다. 아무래도 병든 남편보다 새 정(情)이 좋은 모양이었다.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위메이는 다오의 아들을 낳는다.
남편은 다오의 도움으로 집에서 작은 구멍가게를 꾸려, 딸과 장사를 시작한다. 다오는 공사현장을 따라 객지로 떠돈다. 집안 형편과 건강이 좋아진, 남편과 딸들은 다오의 아들을 구박하기 시작한다. 위메이가 한사코 아들을 감싸지만 역부족이다. 아들이 6-7세 정도로 자랐다. 객지에서 이런 사실을 듣게 된 다오는 집으로 돌아와, 아들의 손을 잡고 영영 위메이 곁을 떠난다. 멀어지는 다오와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위메이는 오열한다.
이 드라마는 결코 코미디물이 아닌 정통 멜로이다. 그래서 우리로서는 더 이해하기 힘들다. 병든 남편이 다오를 찾아가 자기 아내와 결혼해 줄 것을 간청하였고 다오의 외삼촌 내외가 결혼을 권하는 것도 그렇다.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방영 할 수 없는 내용이다. 윤리적으로 공감 할 수 없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예부터 동북지방에는 여러 북방민족들이 섞여 살았다. 여진족 풍습에 여자중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확실치 않고 그 근거도 찾을 수 없었다. 네팔이나 티벹 산악지역 유목민 중에는 형제가 공동으로 아내를 갖는 경우가 있었다 한다. 한명이 목축을 위해 몇 개월씩 밖으로 나가면 다른 형제는 집을 지키며, 다음번에는 임무를 교대한다고 한다.
특히 티벹에는 ‘형제 일처 혼’이란 기이한 풍습이 있어, 장남이 결혼하면 형제 모두가 동시에 결혼하는 것이며, 한 명의 여자를 공동의 아내로 공유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맏형만이 아버지가 된다. 여자를 데려오는데 필요한, 경제적 부담 때문에 생긴 풍습이 아닐까? TV 다규멘타리 프로에서, 아마존 인디오 부족 중에도 두 남편과 사는 여자가 있었다. 네팔, 티벹, 인디오 등은 모두들 그 뿌리가 북방계 몽고로이드이다. 몽골족은 형이 죽으면 형수를 취하여, 그 가족을 돌봐주어야 한다. 고비사막에서는 노동력을 얻기 위하여, 손님이 오면 딸이나 며느리와 동침시킨다한다. 모두가 특수한 자연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하여 생긴 풍습들일 것이다.
십 수 년 전, 중국에서 공장을 신축 할 때, 동북 출신의 40을 넘긴 홀아비 노무자가 있었다. 공사 책임자가 그에게 ‘몇 년 전에 형이 죽었다는데 형수한테 장가가라’고 하였다. 그는 ‘형수는 성질이 나빠 싫다’고 한다. 성질만 좋으면 결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들의 대화가 농이 아니었고 그 말에 거부감을 보이지도 않아, 놀랐다. 몽골족, 말갈족 등의 옛 유목민 풍습이 사라지지 않고 아직 동북 촌민들 사이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고 보아진다.
중국에는 소수민족들이 많아 특이한 결혼 풍습도 많다. 해남성, 사천성 등지에 많이 살고 있는 묘족(苗族), 이족 등은 딸이 과년하면 마을 외곽에 대나무 집을 지어준다고 한다.
딸이 혼자 그곳에서 기거하면서 마을 청년들과 자유롭게 연애한 다음, 가장 마음에 맞는 사람과 결혼 한다한다. 호남성 등지에 많이 살고 있는 토가족(土家族)도 여자가 주도적으로 남자를 선택한다. 선택된 남자가 결혼하기 싫으면 소를 준다던지 일을 해주는 등의 페널티를 물어야 한다고 한다. 모두가 여자의 본능이 강하게 반영된, 모계중심사회의 잔영이 남아있는 풍습들이라고 생각된다.
대개 남녀사이의 풍습은 노동력을 위한 다산(多産)을 목적으로 생긴다. 한 남자가 여러 여자를 취하는 일부다처는 노동력을 늘리는데 도움이 되지만, 일처다부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현재 동북지방에 여자 중혼 풍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시기 어느 민족 중, 그런 풍습이 있었다거나 그 개연성을 공감 할 수 있어 국영중앙TV에서 방영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56개의 민족들이 모여 사는 중국은 문화와 풍습도 다양하기 때문에 이질적인 문화를 보아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일민족인 우리가 독특한 문화에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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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2-06-18 23: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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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우리 정서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희안한 일들이 먼 곳도 아닌 바로 이웃 나라에서 벌어진다니 놀랍습니다. 김선생님은 사업은 어찌하시고 이런 類의 문화탐방에 정통하신지 그 또한 놀랍습니다. 혹시 후유증(?)은 없으셨는지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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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06-20 07: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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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생님, 철원 가시지 않았습니까? 사진에는 보이지 않던데요. 하도 신작 발표가 없어 한 번 올려 보았습니다. "야무진 사람은 머무른 자리도 깨끗하다." 후유증이 있을리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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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06-19 0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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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순선생님 글 興味津津 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TV연속극도 온통 부정, 치정, 불륜, 막장드라마가 시청률이 높다고 하니, 문화적 차이에 따라 놀라움은 각기 다를 것입니다. 강승택선생님의 코멘트 마지막 (?)도 寸鐵殺人의 大魚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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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06-20 07: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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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섭 선생님, 글로 뵙겠습니다. 재미 있었다니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연속극은 막장에다 시청율이 좋으면 질질 늘리기까지 하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작품입니까. 중국은 사 계절 촬영에다, 시작 할 때부터 몇 회 까지인지 알립니다. 오래 전에 보았습니다만 워낙 문화적 충격이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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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06-20 15: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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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님. 아! 그렇습니까. 그러니 현지 답사차 많은 돈을 들려 여행을 하는 가 봅니다. 중국은 대국으로, 인문환경이나 역사물이 워낙 크고 방대하며, 다 민족 국가에 문화가 다양하니, 문화적 충격이 많은 實相이 보인가 봅니다. 재미있는 일처다부 흥미로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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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06-20 1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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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순선생님 ! 그래도 김용순선생님의 글을 통하여 중국이라는 나라의 풍물을 많이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도 부족국가시대에 형사취수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아무튼 상황윤리적인 것들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성문화가 아닌가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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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06-22 07: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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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우리나라도 몽골족 유목민 계통이라, 옛날에는 그랬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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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2-06-20 15: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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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와 형편에 의해서 행해지는 인간의 성풍속도, 이것마저 음양의 풍류라 일컬을 수 있는지, 그런 정서에 익숙한 그들의 성문화가 새삼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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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06-22 07: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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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이번 27일 느림회 참가하도록 합시다. 그날 꼭 뵐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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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2-07-08 03: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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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으니까 생소한 문화가 많은것 같습니다
우리는 우리문화대로 미풍양속이 있는것 같고
그 민족은 그러한 문화가 미풍양속인것 같습니다.
좋은말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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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07-10 11: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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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 선생님, 민족마다 제 각기 다른 문화가 있습니다. 다만 우리에게 생소 할 뿐이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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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2-07-24 1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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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문화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정서로는 거부반응이 오네요.
나라마다 또 환경의 특성에 따라 그런 문화도 존재하게 되겠지요.
새로운 다큐로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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