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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진화 |
날짜 : 11-11-02 01:55
조회 : 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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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향나무를 깎으며
이진화
스무 살 여름 방학 때 포항에서 떠난 울릉도행은 생애 가장 먼 뱃길이었다. 열 시간이 넘는 긴 여로였지만 배낭여행을 하는 친구들과 갑판에 나와 바닷바람을 쐬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 도동항에 도착했던 기억이 난다. 삼십 여 년이 지난 이번 여행은 묵호에서 세 시간 남짓 쾌속정으로 달렸는데 배의 속도가 빠르고 위험해서 그런지 갑판에 나갈 수가 없어서 비행기를 타는 기분도 들고 타임캡슐을 타고 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지난여름 독도사랑 글짓기대회에서 입상한 학생들과 학부모, 독도 오케스트라 단원들, 백일장 심사를 한 문인들과 관계자들이 함께 배를 탔다. 독도사랑 글짓기 대회에는 전국과 해외에서 무려 만 이천 여 편의 원고가 들어왔다. 예심에서 추려진 작품들을 모아 본심 심사를 했는데 학생들의 독도에 대한 사랑과 관심에 많은 감동을, 그들의 풍부한 지식과 신선하고 자유스러운 발상에 큰 도전을 받았다. 독도에 꼭 보리라 마음먹은 것도 꿈나무들의 글을 읽고 난 후의 일이다. 이왕이면 독도에서 열리는 시상식과 음악회에 꼭 참석하고 싶었다.
그러나 파도가 높아서 독도로 가는 길은 열리지를 않았고 모처럼 울릉도와의 조우를 즐기기로 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친구의 아버지 김 교수님과 다섯 명의 길벗이 걸었던 길은 여전히 좁다랗고, 도동항과 성인봉도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서있는 바위산 위의 나무들도 그 모습 그대로였다. 어둠 속에서 비를 피하며 밥을 해먹던 민박집은 도저히 어딘 알 수 없었지만 도동항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도동항에는 가파른 비탈에 오순도순 사람들이 모여 산다. 예전에는 바퀴 달린 것이 없는 섬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자동차가 오천 대나 된다고 한다. 걸어서 이박삼일을 걷던 좁은 길을 버스로 서너 시간 만에 휙 돌고 나니 어쩐지 허전한 마음이 들어서 해안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젊은 날에는 미처 보지 못한 비경들이 눈과 마음에 쏟아져 들어왔다.
비취, 에메랄드, 사파이어 빛깔로 철썩대는 투명한 바다와 기암괴석이 만드는 풍경 사이로 해국을 비롯한 울릉도의 희귀식물들로 다문다문 조촐하게 수를 놓은 품위 있는 손길에 경외심이 들었다. 용암이 그대로 흘러내린 천연 콘크리트 바위와 가스가 만들어낸 동굴은 도저히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조형물들이다. 동굴에는 아치 모양의 창이 바다로 열려있고 십 여 명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벤치와 공간이 있다. 떠나는 날 오후에 우리 일행을 그곳으로 안내하여 다과를 나누었는데 그곳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모두 감탄을 했다.
남는 시간에 도동리 꼭대기에 있는 독도박물관에 가서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독도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얼핏 보면 풍경화처럼 보이지만 철썩이는 파도가 독도의 생명력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비경을 품고 있는 울릉도와 그의 아들인 독도는 신비롭게도 바다 속 이 천 미터의 깊이에서 손을 꼭 잡고 있다. 아직 배멀미의 고통을 잊지 않았지만 조만간 독도에 꼭 가보리라.
울릉도에서 돌아온 저녁에 향나무 토막을 꺼내 이쑤시개를 깎았다. 한 뼘 정도의 길이에 윷가락 같은 굵기로 다발을 묶은 향나무는 울릉도 바위에서 자라는 특산물인데 흙에서 자라는 향나무보다 향이 짙으며 달여 먹으면 피부병과 위장병에 좋다고 한다. 향나무 이쑤시개를 쓰면 잇몸의 염증이 가라앉고 피도 나지 않는다기에 가시를 하나 떼어내어 써보았더니 과연 대나무 이쑤시개의 날카로움과는 달리 목질의 부드러움과 향기가 느껴졌다.
어릴 적 비둘기표 연필을 깎아 쓸 때의 향기를 회상하며 열 두 개의 이쑤시개를 정성스레 깎았고 다음날부터 식사를 나누는 벗들에게 설명과 함께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종이 쌈지 안에는 아직 세 개의 이쑤시개가 남아있다. 앞으로 누구와 울릉도 향기를 나누며 주체할 수 없는 울릉도 사랑을 전할지 얼굴과 이름을 하나씩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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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1-11-02 0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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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울릉도에 2번 가 성인 봉으 2번 올랐는데 2003년 제가 본 울릉도 향나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글을 쓴 기억이 나네요.
-독도공원 약간 못미쳐 향나무 상점에 들렀다.
1985년에 10월 브렌다 태풍으로 인하여 부러진 향나무의 부분을 전시하여 놓은 것을 보기 위해서다. 이 상점 주인이 2,500만원에 입찰한 이 희귀한 향나무는 승천하는 용의 형상으로 최근 학계의 조사로는 종전까지 알려졌던 2,500년의 수령을 넘어 5,000년을 훨씬 넘는다는 것이다. 이 향나무는 바위 틈에서 온갖 풍상을 겪으며 자생하여 온 석향(石香)으로 천년기념물 제1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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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11-03 0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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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바로 그 가게입니다.
주인이 인심이 좋아서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샘물을 떠주고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더군요.
온갖 풍상 때문에 잘 자라진 못해도 짙은 향기를 발하는 향나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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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1-11-02 0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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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향나무에 대한 글을 읽으니, 문득 두가지가 떠오릅니다. 위에서 일만 선생님이 말씀하신 그 부러진 향나무로 승천하는 용을 만들어 전시해 놓은걸 TV를 통해서 본것과. 제 글에도 나와 있습니다만 옛날 거문도 사람들이 울릉도와 독도의 어쟝을 개척할 때에 그곳에서 향나무를 많이 채취해와서 고기보다도 더 수입이 짭짤했다는 그 이야깁니다. 향이 진하고 그윽해서 제삿상에 피우는 향으로는 으뜸이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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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11-03 0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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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일반 향나무와는 향이 많이 달랐습니다.
임병식 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행복한 시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움이 갈피마다 배어있는 향기로운 수필집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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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1-11-02 08: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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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싼 종이에 향내나듯 실체는 없어졌지만, 그 종이는 남아 이처럼 고운 글이 되었군요. 그 시절 유행했던 무전여행중 울릉도에서 '이까바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도동포구의 덕장에 무수히 널린 그 오징어들, 그리고 모난 귀퉁이를 다듬을 때마다 향이 번지는 향나무 목침, 오늘 그 아련한 향을 향수처럼 다시 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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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11-03 0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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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문 선생님, 저에게도 향나무 목침이 하나 있습니다.
나무를 만지는 분이 손수 만들어주셨지요.
가끔 나른한 오후 마루에 누워 목침을 베면 솔솔 풍기는 향기에 잠이 절로 옵니다.
나무에는 참 편안하고 신비로운 기운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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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1-11-02 0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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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침 신선한 글 잘 읽었습니다.
나도 동해 뱃길을 따라 나선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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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11-03 0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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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최복희 선생님.
선생님과 동행했으면 더욱 행복했을 겁니다.
울릉도와 독도는 예사롭지 않은 섬입니다.
자연이 살아있는 가장 젊은 땅이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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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영희 |
11-11-02 12: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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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때마다 맡아보는 향 냄새.
나는 어릴 때 아버지께서 정성들여 깎아서 사르는 그 향 냄새가 무척이나 좋게 느껴졌습니다.
오늘은 이진화 선생님의 글에서 지난 날의 향 냄새를 맡습니다.
글 냄새 사람 냄새 향 냄새가 어쩌면 한 데 어우러져 뿜어져 나오는 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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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11-03 0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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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향나무와의 인연이 많아서 시어머니께서 쓰시던 향나무 조각장을 쓰고 있고
매일 환갑 넘은 향나무가 아치를 이루고 있는 대문을 드나듭니다.
울릉도에서 만난 석향으로 인해 울릉도에 대한 추억이 더욱 생생하게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변영희 선생남, 명이나물(산마늘) 좋아하세요?
가수 이장희 씨는 그 나물 먹으려고 울릉도에 산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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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11-02 14: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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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를 가 볼 수 있는 기회가 번번히 틀어져, 아직도 가보지 못하였습니다. 선생님 글을 보니 더욱 가보고 싶어 집니다. 가까운 장래에 꼭 가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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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11-03 00: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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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순 선생님, 아직 울릉도에 안 가보셨군요.
아기자기하고 청정한 섬의 풍광이 모든 면에서 규모가 큰 중국대륙과는 사뭇 다를 겁니다.
꼭 한 번 가보세요.
배멀미 날 때는 생강을 씹으면 효과가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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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자인 |
11-11-03 0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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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선생님 울릉도에 다녀오셨군요. 저도 예전에 가보았는데 자동차로 도는 길과 배를 타고 한바퀴 도는 일정이 참 좋았습니다. 곳곳의 비경에 그저 감탄하고 돌아와 '두레박으로 건져올린 울릉도' 란 글 한 편 썼지요.
선생님은 백일장 심사를 하러가셨군요. 팔방미인이신 이진화 선생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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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11-03 1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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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울릉도는 많은 영감을 주는 섬입니다.
다녀온 작가들은 누구나 작품을 남기게 되네요.
김자인 선생님 학문과 문학을 함께 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시겠어요.
출판기념회 때 반갑게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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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1-11-07 10: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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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 다녀오시더니 그어이 일을 내셨습니다.
저 역시 울릉도엘 다녀오긴 했으나, 그저 쬐그만 작품 하나 건진게 전부랍니다. 아쉽게도 독도를 상륙하지 못하여 두고두고 그게 미련으로 남아 있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정복하고 싶은 독도의 비경을 잠시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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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11-07 16: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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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명화 선생님, 제가 뭔 일을 냈나요? ㅎㅎ..^^
독도에 갈 때는 꼭 함께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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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1-11-15 1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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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완도 명사십리 해수욕장에 다녀 온적은 있습니다. 마는 울릉도는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이진화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울릉도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납니다. 향나무의 향에도 취해보고 오징어가 많기로 유명하니 먹는 것을 좋아하는 제가 오징어도 실컷 먹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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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11-16 1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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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안녕하세요.
울릉도는 다시 생각해도 그리운 곳이랍니다.
가을에서 겨울에 들어서는 계절,늘 평안하고 강건하시길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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