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해해상국립공원
국가명승 제7호(1979년 지정)
39개 무인군도
거문도 동쪽 28킬로미터 지점
옛적에 옥황상제의 아들이 아버지의 노여움을 사 바다로 내려오게 되었다. 그는 용왕의 딸과 사랑에 빠져 바다에서 풍류를 즐기며 세월을 보냈다. 옥황상제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아들이 그리워졌다. 옥황상제는 일백 명의 신하를 보내 아들에게 하늘로 돌아 올 것을 명하였으나 아들은 그 뜻을 거역하고 오히려 자신을 데리러 온 일백 명의 신하들과 함께 계속해서 풍류를 즐겼다. 화가 난 옥황상제는 그들에게 벌을 내려 그 자리에서 돌로 변하게 하였다. 신하들이 변한 기기묘묘한 바위가 백 개라서 백도(百島)라 하였는데, 섬을 헤아려 본 바 ‘일백 百’에서 한 섬이 모자라고 보니 ‘白島’라 부르게 되었다고도 전한다. 거센 바람이 불고 날씨가 험해지려면 사람이 살지 않는 백도에서 말소리가 들리는가하면 바다에 돌을 던지는 소리가 난다고 한다. 어부들이 급히 그물을 거두어 거문도에 다다르면 기다렸다는 듯이 폭풍우가 몰아치고 심한 풍랑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현지 주민들은 백도를 ‘수호의 섬’이라고도 한다.
나는 화산이 폭발하기 전의 백두산 상상봉을 만나러 그곳에 간다. 나는 태초의 내 모습을 찾기 위해 백도의 전설을 새로 써내려간다. 유구한 밝달(배달)의 정기를 품어 안은 민족의 영산 백두산(白頭山) 상상봉. 용솟았던 마그마의 본향 남녘 바다를 사모하여 백두대간을 따라 오직 남으로 줄기차게 내달았다. 태백(太白)에 이르러 잠시 거친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어느덧 소백(小白)에 안착하였다. 지리산 끝자락 광양의 백운산(白雲山)에 다다라 마침내 그리운 남해를 보았다. 그러나 길은 그쳤고 고향바다는 수평선에 아득하였다. 이제 백두는 하늘의 도우심을 받아 한 점 백운(白雲)으로 화하였다. 주작(朱雀)의 날개에 바람의 신을 불러 먼 남쪽 절해에 이르러 천상의 정기를 상백과 하백으로 안분하였다. 천상의 금기(金氣)가 천 길 심해에 주추를 놓아 장대한 건각(健脚)을 곧추세우니 ‘검은 바다’는 배달의 인(印)을 품수(稟受)하여 한 점 흠도 없는 청정수로 거듭났다. 아아, 나는 태고의 ‘금생수(金生水)’에 넋을 잃었다. 그의 도골 선풍 ‘백(白)’이 그리워 나는 그곳에 간다. 아흔아홉 ‘흰백(白)’에 합일하여 일백(百)을 완성하리라. 흰 두루마기 갖춰 입고 ‘오가고호’에 몸을 싣는다. 허나 홍진에 찌든 몸뚱이를 거문바다에 온전히 씻고 나면 추슬러 제단에 올릴 순백의 내 영혼은 한줌도 아니 되리라.
백도는 숭엄한 신의 세계이다. 외경이다. 옥황상제의 연락병이었던 저 다정한 형제는 천년의 벼랑 끝에 망연히 앉아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사방을 휘휘 둘러보아도 벗은 몸을 허물하는 이 없으니 호탕한 서방바위는 조금도 외설스럽지 않다. 삼신할미한테 천일의 눈물로 비손했던 아낙은 옥황상제의 아들이 변한 서방바위에 소리 내어 치성을 드려봄직도 하다. 다만 용왕의 딸 각시바위의 눈길을 피할 일이다. 도남(圖南)한 붕새가 내려앉은 듯 거대한 매 한 마리가 사천왕의 기세로 세파에 찌든 일체중생의 혼돈한 마음을 감찰한다. 궁성바위는 천년 세월의 환상에 잠긴 중세 유럽의 고성이다. 십자군의 원정길을 따라나섰던 자들은 천신만고 끝에 돌아와 성모상 앞에서 눈시울을 붉힌다. 석불바위는 나를 보고 빙그레 웃고 있다. 나는 이심전심의 불립문자를 알듯 모를듯하여 멋쩍은 웃음으로 화답한다. 신하가 내려올 때 가지고 왔다는 도끼여. 보는 위치에 따라 기묘하게 변하는 요술바위. 촛대바위, 쌍돗대바위, 원숭이바위, 감투바위, 거북바위, 진돗개바위 등이 신비를 더한다.
구차한 변명은 태고의 선경에 누가 될 뿐이다. 곳곳에 겸재의 금강전도를 병풍으로 두른 듯한 수직의 백색 절리를 배경으로 미답의 녹음방초가 푸르다 못해 눈이 부시다. 풍란과 석곡, 눈향나무와 동백과 후박나무는 수 삼년 사람의 발길을 허락지 않은 채 유람선상의 세속에 갈매기와 흑비둘기, 팔색조, 가마우지, 휘파람새의 청음으로 선계의 도를 전해준다. 바다에는 은갈치, 감성돔, 혹돔, 농어 등 1백 20여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수중에는 큰 붉은 산호, 꽃산호, 해면 등이 빚어낸 꿈의 경관이 극치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썰물 때에 60개의 여가 드러나면 백도는 마침내 아흔아홉 섬이 된다. 백도의 자랑거리 가운데 풍란을 빼놓을 수 없다. 옛날 중국이나 일본 무역선들이 이 해역을 지날 때 짙은 안개로 말미암아 방향을 잃고 표류하다가도, 십리 밖까지 나는 풍란의 짙은 향기를 등대 삼아 무사히 귀항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백도에 가려면 쾌속 여객선 오가고호를 타고 먼저 거문도를 밟아야 한다. 배는 아침 07:30과 오후 13:30(11월~다음해 2월까지는 13:00)에 출발한다. 거문도까지 두 시간 이십 분이 걸린다. 거문도항에는 백도 가는 유람선이 기다리고 있다. 백도 유람에는 두 시간이 소요된다. 거문도에서는 10:30과 16:30(11월~다음해 2월까지는 15:30)에 여수로 출발한다. 여수에서 아침 배로 출발하면 백도 구경하고 거문도에서 16:30 배 타고 여수로 돌아올 수 있다. 현지에서 하룻밤 지내고 거문도를 차분히 둘러보는 것이 좋겠다. 거문도에는 볼거리가 참 많다. 여수~거문도~백도까지 뱃길은 약 143km나 되기 때문에 뱃삯이 꽤 부담스럽다. 여수~백도 뱃삯은 36,600원(어린이 18,300원, 노인 20% 할인)이므로 왕복 73,200원이 들게 되고 거문도~백도 왕복뱃삯 29,000원(어린이 14,500원)을 더하면 어른 한 사람에 10만 원을 넘어선다.(관광여행사에 따라 할인 혜택) 고흥 녹동항에서도 거문도에 갈 수 있다.
백두대간을 종주한 이들이여, 유구한 배달의 정기를 온 가슴에 영원한 빛으로 새기려는 사람들이여. 아흔아홉 백도에 가소서. 그대 있어 거룩한 일백을 이루나니 백도는 반만년의 꿈에서 홀연히 깨어나리라.
